84년도에 처음 태권도를 배울 당시에도 겨울철에 입던 트레이닝복은 있었다. 단체로 체육사에서 맞추어서 수련생들이 전부 입었었는데 (1만 8천원정도 였던걸로 기억된다. 국기원 1품 심사비가 3만원이였으니, 적은돈은 아니였다) 트레이닝복 안에 도복을 입고 있다가 준비운동과 가볍게 발차기를 하고나서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면 트레이닝복은 벗고 도복을 계속 입고 수련했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의 어린 신분이였지만, 깜박하고 내복을 도복안에 입고 수련을 하러 왔다가 사범님께 죽도로 얻어맞았던 기억도 난다. 수련이 끝나면 물걸래로 도장의 바닥을 깨끗하게 닦고 사범님께 인사드리고 나가곤 했다. 무도라는게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예절과 도리를 갖춘 사람의 됨됨이를 먼저 만들어가는 예술이라고 배웠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별다른 반감을 갖어본적이 없다.
요즘 한국에서 본 태권도 도장들은 무예를 연마하는곳 이라기 보단, 일종의 예능학원으로 변모한것 같아서 보기가 안쓰럽다. 차량 운전은 모든도장에서 기본이 되어버렸고 학교 하교길에 학생들의 가방을 들어주기 위해서 나가는 사범님들까지 있다고 들었다. 도장에서 수련을 하러 오는데 트레이닝복부터 시작해서 평상복차림에 띠도 두르지 않고 수련을 하러 오는 학생들도 많다. 소규모 가족으로 구성되면서 갖은 귀여움및 사랑을 받아가며 온실에서 어려움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진정한 무예인의 자세로 차랑운전없고 주말 이벤트를 하지 않는, 무예만 연마하는 태권도 도장을 차리면 이런곳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형의 수는 적으리라…
무토에서 내놓은 기획상품인 하계 수련복을 오늘 처음 보았다.
평상복을 입고 수련을 하는것보단 낳겠지만, 도복은 평상복처럼 편하게 입고 활동하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를 닦는 승려들의 복식이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는것보단 절대 편하지 않다는건 어떻게보면 당연한게 아닐까. 무도는 영어로도 Martial Arts이다. 자기 자아를 찾고 개발해 나가는 예술인 셈이다.
하계 수련도복이라는 상품이 개발되어 나오는 배경은 한국이라는 문화와 사회의 특성을 안다면, 충분히 이해가 안되는것도 아니다. 아이디어 상품으로 존폐를 좌우하는 치열한 경쟁사회와 남들이 하면 다 따라 하지 않으면 도퇴되어 사라지고 만다는 불안심리때문에 이런게 가능하리라. 단순히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런 상품… 태권도의 본 의미와는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제발 이런제품 개발하고 팔지 마라…
청바지에 티셔츠를 맘대로 주워입고 무대에서 연주하는 교향악단. 상상해 볼수 있는가?